[천자 칼럼] '중동의 DMZ' 골란고원

입력 2019-03-24 17:44  

오형규 논설위원


[ 오형규 기자 ]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에는 종교·민족·역사적 배경 외에 물 부족이 숨어 있다. 특히 이스라엘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의 주요 젖줄인 요르단강을 둘러싼 갈등은 항시 전쟁의 불씨가 됐다. 스티븐 솔로몬의 《물의 세계사》에 따르면 본래 이 지역은 수자원이 충분했지만 1950년대 이후 인구 증가, 관개농업 확산으로 이젠 물 부족이 상수(常數)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고, 정치적 폭발력을 가진 ‘중동의 화약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중심에 ‘골란고원(Golan Heights·아랍어로 자울란 고원)’이 있다. 요르단강이 갈릴리호에서 발원하고, 갈릴리호 수원(水源)은 골란고원 위쪽 헤르몬산(2814m)에서 내려온 눈 녹은 물이다. 성서에서 사울(사도 바울)이 다메섹(현재 다마스쿠스)을 향할 때 거쳐간 골란고원은 면적 1800㎢,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화산 현무암 지대다. 강수량이 많고 토지가 비옥해 예부터 농경과 목축이 성행했다. 우리나라 대관령 같은 고지대이면서 제주도 토질을 닮은 셈이다.

골란고원은 본래 시리아 영토였지만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이 운명을 바꿔놨다. 1950~1960년대 요르단강 북쪽 지류를 바꾸려는 요르단 시리아와 갈등을 빚던 이스라엘이 전격 점령한 것이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는 시리아가 1400여 대의 탱크를 동원해 탈환에 나섰지만 또다시 패퇴하고, 이스라엘이 고원의 나머지 지역까지 전부 차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였던 탱크전의 녹슨 잔해가 지금도 고원 곳곳에 남아 있다.

이를 계기로 유엔은 1974년부터 이 지역에 완충지대를 두고 약 1000명의 평화유지군(UN DOF)을 주둔시키고 있다. ‘중동의 DMZ(비무장지대)’인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에 유대인 정착촌을 30여 곳 건설했고, 1981년 아예 병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평화협상을 중재했지만 수자원과 전략적 가치 때문에 번번이 실패했다. 고원에선 이스라엘 저지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50㎞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은 수자원의 약 40%를 이곳에 의존한다.

골란고원이 반세기 만에 다시 태풍의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할 때가 됐다”고 올린 트위터 글(21일)이 발단이다. 시리아와 이란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이 실효지배하지만, 국제법상 침략 점령지는 영토로 인정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예루살렘의 동서 경계선으로 옮겨 큰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슈퍼 파워’인 미국이 중동에서 중재자가 아니라 자꾸 갈등 조장자로 변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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